오르 @owr.bsky.social · 08/02/2024희망을 가지는 건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나이브하게 믿어서가 아니라 희망을 버리면 나는 희망이 사라진 세계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희망을 갖든 버리든 어차피 세상은 그대로라면 기왕이면 희망이 있는 세계가 낫다. 0202
오르 @owr.bsky.social · 07/02/2024예민한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라는 말이 있다. 일리가 있는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 무던한 사람은 세상이 유지되도록 지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고 무던한 사람은 세상을 지키고. 꽤 멋진 조화다. 우리가 다 달라서 세상이 굴러간다. 03930
오르 @owr.bsky.social · 28/01/2024'애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 라고 나온다. 아주 담백하게 멋있는 말이라서 조금 놀랐다. 왜냐면 나는 '고생을 하고' '지치고' 뭔가 이런 마음 짠한 뉘앙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해보니 그건 순전히 애쓴 사람을 볼 때의 내 마음이었다. 말하자면 '애쓰다'를 검색하면 [무엇을 이루기 위해 마음과 몸을 다하여 고생을 하다] 뭐 이런 뜻풀이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거다. 발화자의 마음이 스며서 사뭇 다르게 짐작하는 단어가 '애쓰다' 뿐은 아니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0133
오르 @owr.bsky.social · 28/01/202414년도에 이런걸 썼었더라. <싹을 잘라내도 끝없이 다시 자라는 '기대' 혹은 '희망'이라고 부르는 마음은 달리 생각해 보면 사람은 그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사람을 살게 하려고 이토록 질긴 생명력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마음도 쓸쓸함만으로 가득차선 안되기에.> 10년전의 나에게 위로를 받았다. 0287
오르 @owr.bsky.social · 27/01/2024블친 여러분 그간 격조했습니다. 우울증이 많이 깊어져서 여러 플랫폼을 써봤자 우울한 말만 할 것이기에 본집에서만 굴 파고 지냈더랬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200
오르 @owr.bsky.social · 09/01/2024K를 데리러 가는 건 항상 좋다. 그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한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 생각한다. 오직 그 길 끝에 웃고 있는 당신 앞에 마주서려고, 아무것에도 한 눈 팔지 않고 단 하나의 목적으로 달리는 게, 세상의 모든 복잡함을 일순간 단순하게 만들어 줘. 170
오르 @owr.bsky.social · 06/11/2023가끔 어떤 다짐들은 sos로 보인다. 친절을 찾다가 다정을 찾다가 온기를 찾다가 찾을 수 없어서 잠시 절망했다가, 그냥 나라도 그런 사람이 돼야지 하고 마지막에 다다른 생각만 발화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절망에서 멈춘다면, 절망에서 멈춰진 세상을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살고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다짐으로 결국 이어지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잃고싶지 않다. 4335
오르 @owr.bsky.social · 30/10/2023친구든 연인이든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고 웃고 베풀고 나누고 기뻐하고 감싸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든 애정의 모습들이 좋다. 누구든 너무 지독히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 03912
오르 @owr.bsky.social · 22/10/2023정말 이 악물고 달렸다. 달리면 도파민이 나오지 도파민 도파민 도파민 하면서 달렸다. 근육과 뇌는 매우 정직하니까. 계속 달리면 는다. 달리면 도파민이 나온다.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정확하게 움직이는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우리는 결국 어제도 60km를 찍었다. 서로 계속 응원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힘든 라이딩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우울증 환자 둘이서 이걸 해냈어!! 우리는 터질 것 같은 허벅지의 통증을 느끼며 환호했다. 우리는 정말 대단했다. 280
오르 @owr.bsky.social · 22/10/2023어제는 라이딩을 정말 나가기 싫었다. 하지만 나갔지. 나가서도 계속 집에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K에게 엉엉 울면서라도 따라갈테니까 나 신경쓰지말고 달려달라고 했다. K는 자기도 오늘 너무 달리기 싫은 날이었지만 열심히 달려주었다. 내가 기침 한번만 해도 곧 세상의 멸망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난리를 피우면서 내가 울어도 신경쓰지 말아달라 하면 그렇게 해준다. 그게 K의 사랑이다. 1100
오르 @owr.bsky.social · 16/10/20238n년생인 우리 세대는 쓰리!포! 하면 바로 여기 숨쉬는 이 시간은 하고 자동으로 나오는 게 당연한데 갓기 애들이 함께 여기 숨쉬는 이 시간은 하고 갑자기 안무까지 추면 기분 이상해짐 너희 그거 맞아? 아니 왜 알아?? 01511
오르 @owr.bsky.social · 15/10/2023그래서 오래된 배우자에게 함부로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어디서 뭘 보고 온 것은 아님. 그냥 갑작스런 섀도우복싱) 지난 기념일에도 16년이나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40주년에는 40년이나!!! 내 옆에 있어주다니!!! 그 고마움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벌써 모르겠는데. 091
오르 @owr.bsky.social · 15/10/2023나랑 영원히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있다는 게 몹시 신기하다. 그 사람이 옆에서 쿠울쿠울 자고 있는데 내일 또 일과 후 돌아와 내 옆에서 쿠울쿠울 잘 거라는 것도 신기하지.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내 인생과 동행하기로 한 결정에 익숙해져서 별 게 아닌 것이 되는 날은 오지않아.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당연하지 않은 너무 엄청난 결정이라고. 1152
오르 @owr.bsky.social · 15/10/2023졸리다고 누워서도 내가 씻고오면 같이 자겠다고 고집 부리는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 수도 있지. 몸 어디가 안 좋다고 하면 비상경보라도 발생한 국가기관처럼 엄하게 호들갑 떠는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 수도 있지. 산발에 눈곱 떼면서 하품하는데 귀엽다고 웃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20년의 세월을 나에게 매일같이 한결같이 저럴 사람은 당신 뿐이라는 걸 알지. 그러니 어리광도 호들갑도 생떼도 언제나 너무 귀해서 나는 언제나 지고 말지. 애초에 이길 생각이 없지. 050
오르 @owr.bsky.social · 15/10/2023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려고 애쓰고 자신들의 작은 바운더리 안에서 친절과 애정을 베푸려는 모습들을 보면 어떤 희망을 느낀다. 그렇게 각자가 만든 작은 원들이 겹치고 겹치면 세상이 어디든 조금은 살만한 곳이 되는 것이다. 0203
오르 @owr.bsky.social · 13/10/2023한편 음악은 좀 다르다. 음악은 언제나 정확히 그 때 그 순간으로 나를 돌려보내 준다. 가령 러브홀릭스의 <butterfly>를 들으면 나는 순식간에 허름한 동전노래방에서의 어느날로 돌아간다. 미래를 불안해하던 K에게 확신을 담아 그 노래를 불러주던. 퇴근 후 고단한 몸으로 K의 손을 잡아 끌고 동전노래방엘 갔었다. 낮에 일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불러줘야겠다 다짐했었다. 열심히 불러주는데 훌쩍훌쩍 우는 K를 보고 나도 그만 같이 울어버렸다. 그 날의 우리가 그 노래에 언제까지나 사진처럼 남아있다. 040
오르 @owr.bsky.social · 13/10/2023정말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인생의 분기별로 한 번씩 다시 본다. 20대 때 화났던 부분이 30대 때 이해되기도 하고 30대 때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40대 때 와닿기도 한다. 이전에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 다음번엔 얼마나 큰 상징이었는지 깨닫기도 한다. 작품 속 시간과 이야기는 영원히 멈춰있지만 나의 시간대에서는 여러번 다시 살아나고 여러번 다른 얼굴로 여러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같이 늙어가는 게 좋다. 15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사물이든 사람이든 공간이든, 무언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그게 내 것이 아니라도 왜 이렇게 소증하고 애틋하고 눈부신 걸까. 그런 마음은 언젠가 어느 때에 무언가를 반드시 살려낸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기 때문이지. 061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K는 저 자아가 없다는 말이 너무 웃긴지 엄청 신이 나서 웃더니 자기 때문에 우울할 겨를도 없어서 어떡하냐고 한다.(나는 최근에 우울증 삽화가 왔다) 네 말이 맞다 <한낮의 우울> 읽으면서 울려고 했는데 도저히 짬이 안 난다고 대꾸해줬다. 둘이서 끅끅대고 웃는데 K가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나 자고 나면 그 때서야 짬내서 우울한 트윗 잔뜩 쓰고 기절하듯 잠드는거구낭." 둘이서 한 5분 동안 웃었다. 외출 준비 하고 K 데리러 나왔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울증도 없고 자아도 없다. 15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방금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언제 데리러 오냔다. 나는 분명히 오늘은 데리러 가지 않는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저렇게 묻는 건 데리러 오면 행복할거라는 뜻이란 말이야. 그래서 푸하하 웃고는 "나 너를 데리러 가야하는 거지?" 하고 물었다. K는 대답했다. "나오기 싫으면 어쩔 수 없궁.." 그래서 내가 또 말했다. "K야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자아가 없어. 바로 준비해서 나갈게." 12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K의 얼굴에 행복이 떠오르게 해주고 싶어서. 나랑 외출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K가 나가자고 할 때 거절한 건 열손가락에 꼽는다. 근데 웃긴 건 이것도 십몇년 되니까 어떤.. 외출에 대한 호오마저 사라졌다. 'K가 같이 나가고 싶으면 같이 나간다.' 마치 이런 명령어가 입력된 로봇처럼.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만큼 쉬게 해줬으면 1년 중 외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을 거다. 어디든 좋다. 뭐라도 좋다. K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자아없는 남자 밈'을 빌린 것이다. 22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나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자아가 없어." K는 곧 알아듣고 박장대소하며 행복한 얼굴을 했다. 나는 굉장한 집돌이다. 몇달을 집에만 있어도 지겹거나 갑갑하지 않다. 하지만 K는 늘 주기적으로 나가줘야 했다. 내가 주 6일을 일할 때는 일요일마다 외출을 했고 토요일 오전 근무일 때는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마다 외출을 했다. 나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날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같이 나갔다. 12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몇주전 라이딩을 나갔을 때 12km 지점에서 K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간단히 수리하면 되는 문제지만 공구는 집에 있었다. K는 눈에 띄게 속상해했고 나는 집에 가서 수리한 다음에 다시 나오면 된다고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 괜찮다고 설득했다. K는 풀죽은 얼굴로 눈을 가엾게 뜨고 올려다보며 "뇽이 다시 나올 수 있어..?" 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당신은 다시 나오고 싶은데 나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나오고 싶다는 뜻이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140
오르 @owr.bsky.social · 12/10/2023듄 파트2의 러닝타임이 3시간 15분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놀란이랑 둘이 합의 좀 해라... 인터미션을 넣던가... 영화 앞에 사람 있어요... 057
오르 @owr.bsky.social · 06/10/2023오늘은 어제의 피로로 하루종일 졸리고 피곤해서 하품을 연달아 했고 그 와중에 날씨가 너무 찬란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을 쏘다니며 많이 걸었고 그 와중에도 계속 번갈아가며 하품을 했고 허벅지가 너무 무겁다며 투덜대면서도 손을 꼭 잡고 계속 가을바람 속을 걸었고 나와서 좀 다니다보면 컨디션이 올라올만한데 오늘은 밤까지도 그냥 계속 피곤했고 그런데도, 우와아 피곤해 죽는다 라고 번갈아 비명을 지르며 웃었고 그게 너무 행복해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서로에게 여러번 말했다. 030
오르 @owr.bsky.social · 06/10/2023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동시에 유일한 존재일 수 있다는 모순이 어떻게 가능한건지, 아주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깨달아가는. 011
오르 @owr.bsky.social · 06/10/2023인생이란, 나는 한 낱 모래알에 지나지 않고, 그러나 한 사람에게는 한 세상일 수도 있음을 아주 오랫동안 아주 천천히 깨달아가는 과정같다. 1123
오르 @owr.bsky.social · 05/10/2023내가 당신의 모든 세월을 지켜보고 기억할 거야. 당신의 모든 아름다운 순간을, 당신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을, 당신의 호오와 당신 생각들의 변천사와 당신의 곁에 머물거나 떠나가는 시간들을. 당신의 슬픔과 고통과 쓸쓸함을. 나는 당신의 가장 믿을만한 증인이니까. 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