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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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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감각을 일깨우는 책을 만들고 펴내려 하는 리시올/플레이타임 출판사의 공식 계정입니다. 최근 클로디아 랭킨의 «그냥 우리»(양미래 옮김)를 펴냈습니다. playtime.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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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1/09/2026
언제나 오랜만인 리시올의 신간 «끔찍한 우리»(캐머런 어쿼드-리치 지음, 호영 옮김) 출간 소식을 정식으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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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8/08/2026
신간 «끔찍한 우리»(캐머런 어쿼드-리치 지음, 호영 옮김)가 출간되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고, 내일부터 열리는 군산 북페어에서 제일 먼저 만나 보실 수 있어요. 작업자 모두가 사랑에 빠진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도 사랑받길 기대하며 정식 소개는 군산 다녀와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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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6/08/2026
군산 북페어에서 처음 공개할 또 다른 소책자는 <연대자의 윤리: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과 우리>입니다. ※ 이 소책자의 인세와 수익금은 가자 지구 현지 단체 ‘사미르’의 ‘리파아트 알-아리르 피란촌 프로젝트’에 후원합니다. (36쪽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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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6/08/2026
올해 군산 북페어에서 공개할 소책자 <스페이드워크: 정치적 조직화에 관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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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1/08/2026
2026 군산 북페어에 리시올/플레이타임 출판사가 참가합니다(8/29-30, 58번 부스).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간(!)과, 어느샌가 저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소책자 두 종, 소소한 증정품을 준비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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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5/03/2026
“만일 제가 아우구스티누스가 되느냐, 아니면 벌거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 주는 등의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면 찬미하는 ‘우상 숭배자’가 되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우상 숭배자’가 되는 운명을 선택할 겁니다.” 시몬 베유, <이스라엘과 ‘이교도들’>,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이종영 옮김, 17~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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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1/11/2025
“가시성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겉으로 드러낼 것인지와 관련된 권력 관계에 뚜렷한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단지 눈에 보이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일을 더 용이하게 만들 따름이다.”
경험을 구성하는 수많은 측면이 상당한 가시성을 얻게 된 반면 경험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조건은 전보다 악화되었으며 그런 사실을 고군분투 끝에 인식해 봤자 실망스럽게도 또 다른 형태의 묵인으로 귀결될 뿐이고 다시 또다시 고군분투해 본들 여느 때처럼 새로이 실망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 이제는 명백해 보인다. 가시성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겉으로 드러낼 것인지와 관련된 권력 관계에 뚜렷한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단지 눈에 보이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일을 더 용이하게 만들 따름이다.

앤 보이어, «언다잉», 양미래 옮김, 180쪽.사람들은 가시적인 방식으로 죽고, 가시적인 방식으로 걱정하고, 가시적인 방식으로 고통받으며, 온 세상은 온 세상에 대한 감시에 전면 노출된 상태다. 드론은 가시적인 희생양들을 살해한다. 기업들은 가시적인 우리의 서신을 데이터 마이닝하고 가시적인 우리의 클릭 수를 계산한다. 우리는 가시적인 지지 집단들의 게시판에 우리의 고뇌를 게시한다. 새와 구름은 여전히 그 무엇에도 더없이 무관심한 반면 하늘의 인공 위성은 가시적인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한때는 사적 영역이었던 몸속이 이제는 의료 기기 화면을 통해 가시성을 얻는다. 오늘날 살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예전만 해도 직접 경험해 보아야 했던 것들이 이제 불길하게도 죄다 가시성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는 현명하다. 문제를 파악해도 진정으로 원하는 해답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다만 이제 우리는 진실을 제한하는 기업 지배 구조 안에서 공통의 비극을 널리 공유하는 잔업거리만 떠안게 되었다.

앤 보이어, «언다잉», 양미래 옮김, 180~181쪽.그리고 이 비극의 비극 속에는, 남들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내 모순 속에는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슬프고 잘못되고 터무니없는 것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계속 불가사의하고도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남아 있으며, 나는 그런 것들 안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각만이 유일한 감각은 아니라는 사실에 기대를 걸 수 있듯이, 이 세상의 운명은 음성적인 것들의 약속에 의지하고 있다.

앤 보이어, «언다잉», 양미래 옮김, 181쪽.샘 재피 골드스틴  작가님의 작품 중 상당수는 우리 몸과 마음에 대한 감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출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습니까?

앤 보이어  감출 것이 전혀 없는 분에게는 감출 만한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찾으시라고 권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비밀은 가급적 많이 확보해 두어야 해요. 스핑크스와 19세기 무정부주의자들처럼 말이죠. 수수께끼enigma라는 명사와 은밀한clandestine이라는 형용사의 매혹도 잊으면 안 됩니다! 그걸 기억하고 있다 보면 최근에 제가 즐기고 있는 취미를, 뭔가를 망각함으로써 나 자신으로부터 감추는 취미를 갖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샘 재피 골드스틴, <감출 만한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찾으세요: 앤 보이어와의 인터뷰>,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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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4/10/2025
인문서점 산책자에서 스피박의 «읽기»를 옮긴 안준범 선생님과의 북클럽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읽기»를 단독으로 다루는, 그것도 안준범 선생님이 직접 이끄는 강의는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어요. 함께 읽는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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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4/10/2025
이번 토요일인 10월 18일, 보신각에서 “우리가 모두 팔레스타인이다” 전국 집중 집회가 열립니다. 집회 때 여러 단체가 부스를 차릴 예정인데요. 저희도 두번째테제, 접촉면 출판사와 합동으로 참여해 팔레스타인 관련 책을 포함한 세 출판사 도서를 판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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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3/09/2025
소책자로 제작해 지난 군산 북페어에서 배포한 시몬 베유의 <읽는다는 것에 대해>를 블로그에 게시했습니다. 베유가 1941년에 쓴 짧은 글로 저희가 아는 한에서는 이 번역이 초역입니다(이번에 블로그에 게재하며 주석을 두 개 추가했습니다). 읽기란 대체 무엇일까요? wp.me/p8rTHV-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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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것에 대해
읽는다는 것에 대해[1] 시몬 베유리시올/플레이타임 편집부 옮김 이 글은 여태 알맞은 명칭을 얻지 못했으나 아마도 ‘읽기’라는 명칭이 적당할 개념을 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읽기에는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숙고해 본다면 인간 삶의 여타 수수께끼들을 해명하진 못하더라도 포착하는 데는 분명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감각이 직접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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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5/08/2025
2025 군산 북페어에 리시올/플레이타임 출판사가 참가합니다(44번 부스). 이번에도 문학과지성사 인문팀과 함께할 예정이에요. 또 작년에 이어 군산 북페어만을 위한 소책자 네 종(!)을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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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6/08/2025
최근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를 출간하신 김지승 선생님께서 «그냥 우리» 서평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미래)>를 써 주셨습니다. 감동적인 서평이에요🩵 wp.me/p8rTHV-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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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미래)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미래)[1]: 우리에게 도착한 더 많은 ‘텅 빔’ 김지승 만약에, 라고 시작해 보자. 만약에 클로디아 랭킨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고장 난 구조의 일부라면. 흑인 차별적인 각본의 체제 안에서 기능하며 모든 장르의 관습을 재창조할 뿐이라면. 현재는 꽁꽁 막혔고 미래는 이미 상실되었다면. 구멍 난 과거만이 우리를 지탱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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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8/07/2025
«그냥 우리»(클로디아 랭킨 지음, 양미래 옮김) 디자인 후기를 올립니다.🥹🥹🥹 wp.me/p8rTHV-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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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디자인 후기
«그냥 우리» 원고를 처음 읽을 때부터 막연하지만 어떤 상을 떠올렸다. 완성된 책의 표지가 당시 떠올린 상과 아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 보면 구현하고 싶은 대략적인 모습은 이때부터 꽤 분명했던 것 같다. «그냥 우리»에 수록된 장들은 분량이 일정치 않다. 오십 쪽 가까이 되는 장도 있고 두 쪽에 불과한 장도 있다. 그중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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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4/07/2025
«그냥 우리» 곳곳에 나오는 일화는 인종 차별이 얼마나 개개인을 지치게 만들고 관계를 뒤트는지 실감하게 해 줍니다. 비행기에서 랭킨은 백인 남자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대화를 이어 보려 하지만 이번만큼은 백인 남자가 먼저 인종 문제를 거론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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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2/07/2025
흑인이 경험하는 시간의 뒤얽힘을 묘사하는 또 하나의 책이 우연히도 «그냥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번역되었습니다. 조금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트랜스섹슈얼인 백인 이론가입니다. 매켄지 워크는 «레이빙»(김보영 옮김, 접촉면)에서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레이빙 실천, 그리고 전자 음악 전반이 흑인 음악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합니다. 그는 “내게 테크노는 흑인 음악이다”(28)라고 말하며 흑인을 포함한 여러 뮤지션/작가의 말을 인용하는데요. 그중 가빌란 라이나 러솜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해요(러솜이 흑인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여 놓습니다). 

“몸과 땅은 정보를 품고 있다. 몸과 땅은 현재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다. 땅과 몸은 자기들이 식민화되었음을 알고, 식민화되기 이전의 시간을 기억하기도 하며, 이 식민화가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것도 안다. 드럼 브레이크가 품은 기억들이나 박물관이 품은 유물들처럼 우리가 이야기하고, 일하고, 춤추고, 살아가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틀을 혁신하고, 의미를 만들고, 선조가 남긴 것의 현재적 의의를 되살리고, 지속가능성을 긍정해 나감에 따라 몸과 땅이 언젠가는 자유로워져서 말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멸종을 맞게 될 것이다.” («레이빙», 110~111)

이 인용문에 워크는 자신의 문장을 하나 더합니다. “테크노는 폐허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미래를 부여하는 흑인성의 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이 역시 하트먼과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발언 아닐까요. 이로부터 워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sideways time)이라는 말도 고안합니다. SF 작가 머리 라인스터의 단편 <Sidewise In Time>에서 가져온 듯 보이는 이 말은 말 그대로 옆으로 흐르는 시간을 뜻하기도 하고, 또 시간의 샛길들(여러 타임라인)이 뒤얽힌 형국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레이빙 파티에서 춤추는 동안 워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을 자주 체험하는데 그중 하나를 옮겨 봅니다. “우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있다. 여기서 시간은 아무렇게나 뻗어 나가고 방향을 잃는다. 이는 해리된 시간인데 이 몸 안에서 느껴지는 바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역사 그 자체가 디스포리아를 겪는 것이다. 역사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물질대사의 균열이다”(145~146). 또 그는 “레이브가 일시적이라면 레이빙은 시간의 바깥에 있다”(110)고도 말합니다. 레이브 음악이 시간의 뒤얽힘에 기초하고 그것을 표현한다면, 그 음악으로 “데시벨 마사지”(72)를 받으며 춤추는 동안 레이버들은 잠시나마 그 시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일까요?

워크는 레이브와 관련된 음악적, 문화적 창조와 향유가 흑인성의 경험에서 발원했다는 것을 똑똑히 밝히지만 백인 트랜스섹슈얼인 자신이 거기에 참여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몸이나 세계 속에 머물지 못하겠다고 느끼는 사람들”(32)과 흑인 문화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때로는 대범하게 그 문화를 사용합니다. 그는 레이브를 “선물”로 기끼어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2020년 여름, 한 무더기의 브루클린 주민이 경찰의 통행금지령을 거부하고 흑인들의 생명을 위해, 흑인 생명 그 자체로 거리로 나왔을 때 한 친구가 이를 보고 ‘흑인 레이브’라 표현했다. 레이브, 테크노, 밤 문화, 주위, 이 모든 건 무엇보다 흑인성의 선물이다. [...] 레이브는 흑인성의 여러 선물 중 하나다. 이는 레이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에도) 언급해야 하는 사실이다. 항상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미 트랜스섹슈얼리티를 향해 있는 선물이다”(33~34). 이렇듯 몸과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시간의 뒤얽힘과 그로부터의 탈출을 이론화하는 것, 아울러 어떤 문화적 산물의 기원적 타자성을 인정하면서도 소유권 주장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또한 사용되는) 것, 이것이 «레이빙»이라는 책이 제기하는 흥미진진한 도전이며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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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2/07/2025
«그냥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번역된 «레이빙»(매켄지 워크 지음, 김보영 옮김, 접촉면)에도 흑인이 경험하는 시간의 뒤얽힘이 주제화되고 있어 함께 엮어 보았습니다. «레이빙»은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산문으로 구성된 책이니 많이들 읽어 주세요!
흑인이 경험하는 시간의 뒤얽힘을 묘사하는 또 하나의 책이 우연히도 «그냥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번역되었습니다. 조금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트랜스섹슈얼인 백인 이론가입니다. 매켄지 워크는 «레이빙»(김보영 옮김, 접촉면)에서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레이빙 실천, 그리고 전자 음악 전반이 흑인 음악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합니다. 그는 “내게 테크노는 흑인 음악이다”(28)라고 말하며 흑인을 포함한 여러 뮤지션/작가의 말을 인용하는데요. 그중 가빌란 라이나 러솜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해요(러솜이 흑인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여 놓습니다). 

“몸과 땅은 정보를 품고 있다. 몸과 땅은 현재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다. 땅과 몸은 자기들이 식민화되었음을 알고, 식민화되기 이전의 시간을 기억하기도 하며, 이 식민화가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것도 안다. 드럼 브레이크가 품은 기억들이나 박물관이 품은 유물들처럼 우리가 이야기하고, 일하고, 춤추고, 살아가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틀을 혁신하고, 의미를 만들고, 선조가 남긴 것의 현재적 의의를 되살리고, 지속가능성을 긍정해 나감에 따라 몸과 땅이 언젠가는 자유로워져서 말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멸종을 맞게 될 것이다.” («레이빙», 110~111)

이 인용문에 워크는 자신의 문장을 하나 더합니다. “테크노는 폐허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미래를 부여하는 흑인성의 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이 역시 하트먼과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발언 아닐까요. 이로부터 워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sideways time)이라는 말도 고안합니다. SF 작가 머리 라인스터의 단편 <Sidewise In Time>에서 가져온 듯 보이는 이 말은 말 그대로 옆으로 흐르는 시간을 뜻하기도 하고, 또 시간의 샛길들(여러 타임라인)이 뒤얽힌 형국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레이빙 파티에서 춤추는 동안 워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을 자주 체험하는데 그중 하나를 옮겨 봅니다. “우리는 옆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있다. 여기서 시간은 아무렇게나 뻗어 나가고 방향을 잃는다. 이는 해리된 시간인데 이 몸 안에서 느껴지는 바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역사 그 자체가 디스포리아를 겪는 것이다. 역사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물질대사의 균열이다”(145~146). 또 그는 “레이브가 일시적이라면 레이빙은 시간의 바깥에 있다”(110)고도 말합니다. 레이브 음악이 시간의 뒤얽힘에 기초하고 그것을 표현한다면, 그 음악으로 “데시벨 마사지”(72)를 받으며 춤추는 동안 레이버들은 잠시나마 그 시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일까요?

워크는 레이브와 관련된 음악적, 문화적 창조와 향유가 흑인성의 경험에서 발원했다는 것을 똑똑히 밝히지만 백인 트랜스섹슈얼인 자신이 거기에 참여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몸이나 세계 속에 머물지 못하겠다고 느끼는 사람들”(32)과 흑인 문화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때로는 대범하게 그 문화를 사용합니다. 그는 레이브를 “선물”로 기끼어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2020년 여름, 한 무더기의 브루클린 주민이 경찰의 통행금지령을 거부하고 흑인들의 생명을 위해, 흑인 생명 그 자체로 거리로 나왔을 때 한 친구가 이를 보고 ‘흑인 레이브’라 표현했다. 레이브, 테크노, 밤 문화, 주위, 이 모든 건 무엇보다 흑인성의 선물이다. [...] 레이브는 흑인성의 여러 선물 중 하나다. 이는 레이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에도) 언급해야 하는 사실이다. 항상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미 트랜스섹슈얼리티를 향해 있는 선물이다”(33~34). 이렇듯 몸과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시간의 뒤얽힘과 그로부터의 탈출을 이론화하는 것, 아울러 어떤 문화적 산물의 기원적 타자성을 인정하면서도 소유권 주장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또한 사용되는) 것, 이것이 «레이빙»이라는 책이 제기하는 흥미진진한 도전이며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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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1/07/2025
영화 «씨너스»와 «그냥 우리»에서 ‘시간의 뒤얽힘’
얼마 전 개봉해 화제를 일으켰던 «씨너스: 죄인들»(라이언 쿠글러 연출)을 상영관에서 관람했습니다. 새미의 블루스 연주로 시작해 록, 힙합, 재즈,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음악과 춤 등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음악 문화가 하나의 무대 위에서 뒤섞이는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기도 했는데요. 장면 자체가 강렬하기도 했지만 «그냥 우리» 출간을 앞두고 있던 저희에게는 해당 장면을 보는 내내 이 책의 한 대목이 귓가에서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우리»의 가장 짧은 장인 <키가 큰>에서 클로디아 랭킨은 초대받아 간 누군가의 집 복도에서 백인 남자와 잠시 말을 나누게 됩니다. 남자는 다소 뜬금없게도 큰 키가 자신의 특권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랭킨이 “그쪽이 가진 최고의 특권은 백인성 같은데요”라고 묻자 남자는 천진하게 예전에 농구를 했기 때문에 흑인과 함께하는 자리가 편하다고 답합니다. 그 말은 들은 랭킨은 부아를 삼키며 문학 연구자이자 역사학자인 사이디야 하트먼이 최근 인터뷰에서 답변한 내용을 떠올리려 애씁니다(그가 잘못 떠올린 답변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다 또다시 인내의 끝에 다다른다. 이론가 사이디야 하트먼이 뭐라고 했더라? ‘백인에게 인종 차별을 교육하는 것은 실패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복도는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무)경계 영역이다’였나? 그게 뭐였든 여전히, 집으로 가는 내내, 도통 떨쳐 낼 수 없을 만큼 키 큰 남자의 이미지가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고 있다 보니 긴가민가했던 하트먼의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역사적 시간을 어떻게 살아 내고 있느냐는 맥락에서 노예제의 사후 세계를 생각할 때 제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시간의 얽힘이라는 감각이에요.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분리되고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우리는 그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얽혀 있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이죠. 우리 흑인에게는 상식에 가까운 이 감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하트먼의 질문은 시간을 잇는 고리다”(«그냥 우리», 185~187)  사이디야 하트먼이 보기엔 오늘날의 흑인들도 노예제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는 “노예제의 사후 세계”라는 말을 고안해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삶의 기회, 의료와 교육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 조기 사망, 투옥, 빈곤 등은 노예제의 사후 세계다. 그리고 나 또한 노예제의 사후 세계다”(134).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 현재에는 과거의 폭력과 미래의 제약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흑인은 명시적인 제도와 묵시적인 관행, 몸에 새겨진 감각을 통해 이 작용을 훨씬 예민하게 감지하곤 합니다. «씨너스»의 해당 장면을 보며 하트먼(그리고 랭킨)의 것과 거의 동일한 통찰을 연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트먼이 “우리 흑인에게는 상식에 가까운 이 감각”이라고 말한 걸까요? 이 장면은 “시간의 뒤얽힘”을 형상화합니다. 아울러 음악과 춤을 매개로 삼아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이 뒤얽힘이 억압할 뿐 아니라 살풀이처럼 일종의 해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도 보여 줌으로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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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8/07/2025
«그냥 우리» 출간 후에 클로디아 랭킨이 «와사피리»(Wasafiri) 지면에서 나눈 인터뷰 <백인성 쓰기>를 번역해 공유합니다(양미래 옮김)🥳🥳🥳 wp.me/p8rTHV-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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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쓰기: 클로디아 랭킨과의 대화
«그냥 우리» 출간 후에 클로디아 랭킨이 «와사피리»(Wasafiri) 지면에서 나눈 인터뷰를 번역해 공유합니다. 이 인터뷰에서 인터뷰 진행자 마야 카스피리는 랭킨과 함께 대화, 글의 형식과 내용, (무)경계 공간, 언어의 물질성, ‘만약에’와 희망 등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랭킨이 어떤 의도와 마음가짐으로 «그냥 우리»라는 책을 구상하고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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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amiedeluciole.bsky.social · 10/07/2025
숨겨진 붉은 글씨 부분은 맺는말에 가까운 부분인데, 감동적이고 좋아서 가져온 거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이사이에 이름이 들어간 채로 읽으니 또 새롭고 울컥.. 같이 읽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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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ed by 리시올 / 플레이타임
타르 @amiedeluciole.bsky.social · 10/07/2025
"몇 쪽을 가져와 대부분의 글자를 희뿌연 색으로 가리는 형태". 책을 넘기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이 형식을 빌려 북펀딩 후원자 이름들을 디자인했는데 마음에 든다는 얘기를 많이 들려 주셔서 기쁘다. 이름들 사이사이에는 본문의 일부 텍스트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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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waninmoon.bsky.social · 14/07/2025
White trash도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미국 400년의 계급사”라고 번역해 아쉬웠음. 제목이 와잍 트래쉬인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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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ed by 리시올 / 플레이타임
H.H @waninmoon.bsky.social · 14/07/2025
RP) 낸시 아이젠버그의 white trash 번역본 말고는 백인성을 다룬 책의 번역본을 많이 못 봐서 이런 번역본들에 대한 소개는 너무 환영ㅠㅠ 백인성은 남성성처럼 사회 구조 내의 기본값으로 여겨져 비가시성이라는 특권을 누린단 말이지..그래서 미국 내 흑인 민권운동 및 노예제의 역사에 비해 덜 소개되는것 같음(물론 미국 내 흑인 민권운동사는 아주 중요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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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4/07/2025
한국에서는 인종 문제를 다룬 책이 힘들다는 속설이 있습니다(저희도 실감하는 중이에요🥲). 그래도 중요한 책이 상당수 나와 있고 최근에도 꾸준히 번역되는 추세입니다. «그냥 우리»를 작업하면서도 이 책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그중 백인성을 주제로 한 몇 권이라도 권해 보고 싶어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이트», «카스트», «백인의 취약성», «백인의 역사»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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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0/07/2025
이 시[«시민»의 6장]는 끝나지 않는 목록을 열거하며 정점에 이른다. 조던 러셀 데이비스를 추모하며 에릭 가너를 추모하며 존 크로퍼드를 추모하며 너무 이르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 이름들의 목록은 계속 이어지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글자는 희미해진다.
랭킨이 보기에 흑인 여성 운동 선수를 이런 식으로 폄훼하도록 부추기는 인종 차별은 세계 전역의 흑인을 살해할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는 것과 동일한 인종 차별이다. 한 편의 긴 시에서 그는 국가가 저지르거나 국가가 인가한 인종 차별적 살인 사건 중 널리 알려진 여러 건―조지 짐머먼의 트레이번 마틴 살해, 대릴 데드먼의 제임스 크레이그 앤더슨 살해, 런던 경찰의 마크 더건 살해를 포함한―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에서 흑인이 방치된 상황 등을 이야기한다. 이 참혹한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흑인의 죽음을 생산하는 하나의 세계를 가리켜 보인다. 이 시는 끝나지 않는 목록을 열거하며 정점에 이른다.

    조던 러셀 데이비스를 추모하며
    에릭 가너를 추모하며
    존 크로퍼드를 추모하며

너무 이르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 이름들의 목록은 계속 이어지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글자는 희미해진다. 마지막에 이르면 “추모하며”라는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지경이 된다. 그 옆에는 이름이 없다. 더 많은 이름이 거기 적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4년 이래로도 경찰이 [유색인을] 살해한 많은 사례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증명해 왔다.

흑인을 향한 국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기에 랭킨의 화자는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그의 파트너(아마 랭킨의 남편으로 백인 영화 감독이자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인 존 루커스일 것이다)가 운전 중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을 때 화자는 차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때 라디오에서는 트레이번 마틴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누구도 당신을 뒤쫓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법 체계는 다른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라고 랭킨은 쓴다. 다음번 ‘추모’의 대상이 당신일 수도 있다.
― 일라이어스 로드리케스, <이 존재 양식>, https://wp.me/p8rTHV-EQ클로디아 랭킨의 «시민: 미국의 서정시» 134쪽.클로디아 랭킨의 «시민: 미국의 서정시»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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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9/07/2025
2020년 «네이션»에 게재된 «그냥 우리» 서평(일라이어스 로드리케스의 <이 존재 양식>)을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이 글은 흑인 페미니즘 전통 안에 랭킨을 자리매김한 뒤 «그냥 우리»와 랭킨의 작업 전반에서 유색인의 배제와 고립이 초래하는 ‘외로움’을 발견합니다. wp.me/p8rTHV-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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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존재 양식
2020년 «네이션»에 게재된 «그냥 우리» 서평(일라이어스 로드리케스의 <이 존재 양식>)을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이 글은 흑인 페미니즘 전통 안에 랭킨을 자리매김한 뒤 «그냥 우리»와 랭킨의 작업 전반에서 유색인의 배제와 고립이 초래하는 ‘외로움’을 발견합니다. 랭킨이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하나는 자신의 책을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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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8/07/2025
우여곡절 끝에 «그냥 우리» 북펀드 리워드가 모두 배송되었다고 합니다(못 받으신 분은 저희에게 꼭 말씀해 주세요). 두 가지 리워드 중 하나는 랭킨의 전작 «시민»의 한 대목을 발췌한 일종의 짧은 편지인데요. 북펀드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공유합니다.
하루하루를 살아 내다 보면 사슴처럼 신음할 때가 있습니다. 한숨을 쉴 때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또 한 번의 한숨. 또 한 번의 그만. 신음은 웃음을 낳고, 한숨은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어쩌면 매번의 한숨은 무언가를 끌어당기고 끌어내리기 위해 생성되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한숨을 야기하는 원인만큼이나 한숨 자체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한숨은 숨으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한숨은 숨쉬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게 바로 자기 보존입니다. 누구도 이런 한숨을 꾸며 내지 않습니다. 앉으면 한숨을 쉽니다. 일어나면 한숨을 쉽니다. 한숨은 고뇌하며 아픔을 내뱉는 숨입니다. 이를 병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자유로운 존재가 반복할 법한 행동은 아닙니다. 한숨 쉬는 자신을 동물, 일종의 반추 동물 말고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은 잘못되었습니다. 과거를 덮어 두고 모르는 체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는 육신 안에 묻혀 있고, 육신을 제 벽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모든 기억이 유용하지는 않지만 전부 이 세상에서 생산되어 육신 안에 저장됩니다. 누가 어떤 날에 누구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누가 그렇게 말했나요? 여자가 뭐라고 했나요? 남자가 방금 무슨 짓을 했나요? 여자가 방금 정말 그렇게 말했나요? 남자가 뭐라고 했나요? 여자가 무슨 짓을 했나요? 제가 들은 말이 진짜인가요? 그 말이 방금 제 입에서, 남자 입에서, 당신 입에서 나온 건가요? 언제 한숨을 쉬었는지 기억나나요?

기억은 사나운 공간입니다. 당신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거짓도 아닙니다. 향수에 젖지 않고 살아가는 삶에는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향수에 젖은 존재도 그렇지 않은 존재도 분명 과거를 다시 살아 냅니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공만 왔다 갔다 합니다. 육신 바깥의 네트가 존재를 떠받치고 있을 때, 문제는 기억이 떠오르는지 여부 따위가 아닙니다. 문제는 다만 결여, 사건의 이전과 도중과 이후에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손바닥이 턱과 뺨을 빈틈없이 덮네요. 기분이 좀 나은가요? 공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심판에게 다가가고 있군요. 누군가가 지금 화가 나 있습니다.

클로디아 랭킨, 『시민: 미국의 서정시』, 2014, 4장 중에서,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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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4/07/2025
«그냥 우리» 전반을 흐르는 정서 하나를 꼽으라면 ‘외로움’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클로디아 랭킨이 느끼는 외로움은 이 세상, 구체적으로 백인 중심의 미국에서 흑인 여성인 나는 거기에 소속되지 못하는 버려진 존재라는 감각입니다.
클로디아 랭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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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ed by 리시올 / 플레이타임
Hyoung-Won Park @dalcrose.hyoungwonpark.net · 03/07/2025
클로디아 랭킨. 『그냥 우리』. 양미래 옮김, 리시올, 2025. 아직 리워드는 받기 전이지만~ 본문 레이아웃 오른쪽 흘림이라서 반갑고… 생각보다 더 독특한 구성이라서 기대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그냥 우리』)그냥 우리 중 한 페이지.북펀드 후원자 명단. 금정연 작가도 후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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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2/07/2025
«그냥 우리»는 구성이 특이한 책입니다. 백색 종이,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가 구분되고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 글자를 지운 페이지들 등 책을 펼치면 눈에 띄는 것들에 관해 써 보았습니다. (1/2)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시작해 볼까요. «그냥 우리»를 펼치면 하얀 종이와 글자가 보입니다. 도서 본문 용지로는 미색이 많이 쓰이지만 «그냥 우리»는 원서와 한국어판 모두 백색을 사용했습니다(원서의 용지는 흰색이 더욱 두드러지는 종이예요). 

본문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인쇄되어 있고 거기서 클로디아 랭킨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화를 들려줍니다. 왼쪽 페이지는 오른쪽 페이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백인 특권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힐러리 클린턴이 언제 처음 금발로 염색했는지 같은 팩트를 체크하기도 하고(본문에서 랭킨은 가끔 잘못된 사실을 언급합니다), 랭킨이 생각하거나 말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또 오른쪽 페이지 내용과 연결된 이미지가 삽입되는 경우도 있어요. 회화 작품부터 보도 사진, 학교 경찰관이 흑인 청소년을 제압하는 사진,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들은 트윗이나 페이스북 캡처까지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가 본문과 연상 작용을 일으킵니다.

왼쪽이 아예 비어 있는 페이지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 보면 이 새하얀 페이지들이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으며 왠지 모를 껄끄러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문화 연구자 리처드 다이어는 «화이트»(박소정 옮김, 컬처룩, 2020)에서 서양 문화가 흰색/백인성을 ‘부재’라는 의미와 결합시켜 왔다고 말합니다. 흰색은 하나의 색입니다. 그와 동시에 흰색은 속성이 부재하는 색, 따라서 순수, 정신, 초월, 순결 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의미화되었습니다. 그렇게 흰색은 모든 색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색, 모든 색의 상위에 있는 우월한 색, 비가시적인 배경으로 작용해 왔고, 이 모든 것이 백인이라는 범주의 권력을 뒷받침하거나 은폐하는 데 일조해 왔습니다(그렇지만 흰색은 속성의 부재 때문에 취약하며 따라서 언제나 다른 색을 욕망합니다). 그리고 흰색이라는 비가시적인 배경을 전경에 드러내는 것이 «그냥 우리»의 목표인 만큼, 아무것도 없는 이 페이지들도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흰색이 들어차 있는 듯이 보이곤 합니다. 
«그냥 우리» 본문 두 컷. 하나는 왼쪽 페이지에 그림이 들어가 있고 다른 하나는 왼쪽 페이지가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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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1/07/2025
발송이 누락되었던 «그냥 우리» 북펀드 리워드를 오늘 알라딘에서 모두 발송했다고 합니다. 펀딩 때 입력하셨던 주소로 하루이틀 내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수령 장소 변동, 부재 혹은 그 밖의 이유로 7월 4일 금요일까지 수령하지 못하신 분들은 저희에게 메시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쪽에서 다시 발송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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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30/06/2025
알라딘 북펀드로 처음 선보였던 플레이타임의 신간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클로디아 랭킨 지음, 양미래 옮김)가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wp.me/p8rTHV-EE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클로디아 랭킨 지음, 양미래 옮김) 앞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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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30/06/2025
📣지난 주말에 북펀딩 리워드가 책과 함께 발송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 오전에 알라딘과 연락해 리워드 발송 누락을 확인했고, 알라딘의 배송 절차에 따라 후원자 분들께 곧 보내 드리기로 했습니다. 2~3일 내에 받아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리워드를 책과 함께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아쉬운 대로 기다리는 동안 책을 먼저 읽어 보시면 리워드에 저희가 담으려 했던 마음이 더 수월히 전달될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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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8/06/2025
📢«그냥 우리» 북펀드 리워드 발송 누락 관련해 알립니다. 금요일에 «그냥 우리» 알라딘 북펀드 후원자 분들께 책이 발송됐다고 합니다! 책을 이미 받으신 분들도 있는데요. 제보에 따르면 리워드가 함께 발송되지 않은 모양이에요. 리워드 입고 및 출고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주 초에 알라딘과 확인해 이상 없이 리워드 발송하겠습니다. 펀딩한 책을 받아 보고 의아함을 느끼셨을 독자분들께 사과 말씀 드립니다. 또 오늘 책을 받게 될 분들께도 양해를 구합니다. 조속히 해결하겠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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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3/06/2025
재클린 로즈는 <끝없는 봄>에서 시몬 베유가 정의의 문제와 씨름하다 “인간 권력에 대한 심리학자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힘과 권력 문제의 정점에는 전쟁이 있습니다.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에서 베유는 사람들이 전쟁에 빠져드는 심리를 간단명료하게 제시합니다. wp.me/p8rTHV-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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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6/06/2025
클로디아 랭킨의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양미래 옮김) 북펀딩이 목표 금액을 달성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많은 분이 저희를 믿고 구입해 주셔서 어느 때보다 긴장되네요🥶 오늘 인쇄 들어갈 예정이에요. 무사히 완성되길 함께 기원해 주시고 또 기대해 주세요!!!🤗
"나는 장기전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충직한 이들의 존재를 이런 식으로 내게 상기시킨다. 그들은 어쩌면 종교적 관점을 취하는 시민권 운동가들이 가장 존경해 마지않을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백인성 문화’라고 명명한 것에 개입하기를 멈추지 않기로 결심한 루비 세일즈 같은 사람들은 늘 내게 사그라지지 않는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1965년 세일즈는 톰 콜먼이라는 백인 남자가 자기를 향해 총을 쏘았을 때 조너선 대니얼스라는 다른 백인 남자가 자기를 밀쳐 쓰러뜨리고 대신 총알에 맞은 일을 두고 자신이 우리의 민주주의가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것과 최악의 것 사이에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나란히 존재할 때 드리우는 어둠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요청한다. 나는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어느 순간에든 우리는, 우리 각자는, 민주주의가 선사할 최상과 최악 모두를 보여 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와 나란히 존재한다."
클로디아 랭킨,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 양미래 옮김, 4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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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3/06/2025
📢 클로디아 랭킨의 «그냥 우리»(양미래 옮김) 알라딘 북펀딩이 오늘 자정에 마감됩니다. 펀딩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근사한 편지와 귀여운 엽서를 선물할 계획이에요. 망설이거나 잊고 있던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이 마지막 기회예요! www.aladin.co.kr/m/bookfun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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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1/06/2025
«그냥 우리» 북펀딩 마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작업 마무리도 코앞입니다. 정식 출간 전에 이 책을 알리는 마지막 순서로 옮긴이 양미래 선생님이 쓰신 <옮긴이 후기> 결말부를 공유합니다.
«그냥 우리»의 <옮긴이 후기>(양미래) 일부.

후기를 맺으며 앞서 랭킨이 시도한 대화들에 내 나름의 대화로 화답하는 의미로, 그리고 인종 차별적이고 백인 우월주의적인 사회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한국에서 사람들이 인종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를 면밀히 독해하는 경험을 쌓아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번역과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한 사적인 기억 하나를 꺼내 놓고 싶다. 

중학생이었던 어느 해의 여름, 나는 방학 동안 어머니가 일하던 핸드폰 부품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부품들 가운데 불량품을 솎아 내어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머니와 함께 출근해 함께 점심을 먹고 함께 퇴근한 그 시기에 나는 트라우마라고 부를 수도 있을 만큼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일을 몇 가지 경험했다. 그중 하나가 점심때마다 천막에서 함께 점심을 먹던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 아시아 출신의 젊은 여성 노동자 언니들이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밥을 먹다 말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을 친 일이었다. 언니들 어디에 가는 거냐고, 무슨 상황인 거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들이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민)인데 경찰이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눈 최초의 이주민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처음으로 인종을 인식한 나는 어느 날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종에 관한 번역서 한 권을 집어 들었고, 그 번역서를 통해 번역이라는 작업과 번역가라는 존재를 인지했고, 그 번역서를 읽지 못했다면 몰랐을 것들을 복기하며 번역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막연히 번역가를 선망했다. 이렇게 번역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나의 현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계기 가운데 우연찮게도 인종(비백인)이, 불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부정의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냥 우리』 번역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찰랑이던 이 기억은 후기를 작성하는 동안 내 손끝에 한 가지 질문이 맴돌게 했다. “당신이 처음으로 인종을 인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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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5/06/2025
지난 주말 «그냥 우리» 북펀딩이 10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에 관심을 보이고 후원까지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펀딩은 6월 13일까지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세요‼️ www.aladin.co.kr/m/bookfund/v...
«그냥 우리» 알라딘 북펀딩 목표 금액 달성. 북펀딩은 6월 13일까지 계속됩니다.지난 주말 «그냥 우리» 북펀딩이 10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에 관심을 보이고 후원까지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냥 우리»는 북펀딩을 통해 출간하는 저희의 두 번째 책입니다. 첫 펀딩은 저희의 첫 책이었던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였어요. 그 뒤로는 북펀딩이라는 창구를 활용하지 않았는데요. 작은 출판사지만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일차적인 이유였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저희조차도)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단계에서 미리 책을 판매하는 게 걱정스럽기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펀딩과 정식 출간을 연달아 진행하다 보면 마감을 두 번 하는 셈이라 힘에 부치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북펀딩은 저희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 북펀딩을 결심한 건 무엇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분량이 적지 않은 데다 전면 컬러라 견적서에 찍힌 제작비가 저희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했어요. 또 본문에 다종다양한 이미지가 수록되는데, 대부분은 저작권이 책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만 일부는 따로 구입해야 했습니다. 저희가 이제껏 출간한 책들과 비교해 저작권료와 제작비가 두 배 이상일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에 비례해 가격을 높이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펀딩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다른 한편 펀딩을 결심하면서 펀딩 자체와는 큰 관계가 없을 소망도 품게 됐습니다. 인종 관련 책이 반응을 얻기 힘든 것이 현재까지 한국의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백인성’이라는 문제 영역은 아직 생소한 연구 분야 혹은 성찰 및 심문의 대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좋은 책은 언제나 이미 나와 있기 마련이고 백인성을 주제로 한 주요 도서도 여럿 번역돼 있습니다. 클로디아 랭킨이 언급하고 저희도 뒤늦게 많은 도움과 배움을 얻은 «화이트»(리처드 다이어, 박소정 옮김, 컬처룩), «백인의 역사»(넬 어빈 페인터, 조행복 옮김, 해리북스), «백인의 취약성»(로빈 디앤젤로,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등등이 그런 책인데요(그 외에도 몇 권의 책이 더 있습니다). 이런 역사서, 비평서, 사회과학서에 문학적 에세이라 할 수 있는 «그냥 우리»까지 더해져 ‘백인 우월주의’를 떠받치고 또 그로부터 양분을 얻는 백인성 문화의 가시화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펀딩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이 그래도 인종 차별은 심하지 않은 나라라고 자족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이 나날이 분명해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인종 차별을 단순히 상상하지 못했거나 표출될 일이 적었던 것뿐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나름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여러 인종/민족과 각종 공간에서 섞여 지낼 기회가 많아진 오늘 우리는 오히려 더 거리낌 없이 그들을 차별하고 모욕합니다. 그리고 이런 차별과 편견에는 ‘자민족 중심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함께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령 전통적으로 백인이 맡던 배역이 비백인에게 (심지어는 아시아인에게) 돌아갔을 때 어떤 이들은 울분을 토하곤 합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자민족 중심주의는 백인 우월주의가 배양하는 백인과의 동일시 혹은 백인에 대한 동경에 의해 한층 뒤틀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인종 차별과 자민족 중심주의는 물론이고 백인 우월주의 또한 먼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우리»는 백인성 문화를 분석하고 이를 해체할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사람들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가정들을 질문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얼마 후면 백인성이 구성된 역사와 백인성(어쩌면 ‘새하얌’ 그 자체)이 작용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저 책들과 «그냥 우리»를 함께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북펀딩은 6월 13일까지고 출간은 6월 30일입니다. 출간될 때까지 이 책들을 먼저 읽고 계셔도 좋을 것 같고요. 북펀딩에도 계속 응원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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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2/06/2025
포도밭 출판사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도맡고 계신 최진규 선생님이 «기획회의» 632호(2025년 5월호)에 «아르고호의 선원들»(매기 넬슨 지음, 이예원 옮김) 표지 디자인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셨습니다.
최진규의 «아르고호의 선원들»(매기 넬슨 지음, 이예원 옮김) 표지 리뷰, «기획회의» 632호(202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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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30/05/2025
최근 이스라엘 군인들이 자신의 잔인함을 과시하고 팔레스타인인(그리고 나머지 세계 전체)를 조롱하는 영상을 직접 유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린치 엽서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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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9/05/2025
«그냥 우리»의 짧은 챕터인 <사회 계약>을 알라딘 북펀딩 기간에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읽으러 가기 🔗 wp.me/p8rTHV-Eu 📍«그냥 우리» 북펀딩하러 가기 🔗 www.aladin.co.kr/m/bookfun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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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6/05/2025
알라딘 북펀딩을 통해 «그냥 우리» 출간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리워드를 두 개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클로디아 랭킨의 전작 «시민»의 한 대목을 발췌해 만든 편지고, 다른 하나는 «그냥 우리»에 수록된 그림으로 만든 엽서입니다.
«그냥 우리» 알라딘 북펀딩 리워드 2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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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3/05/2025
클로디아 랭킨은 낯선 이름입니다. 어쩌면 사라 아메드나 로런 포니에 같은 연구자의 책 본문에서 혹은 «마이너 필링스»의 추천사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기억해 두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짤막한 언급들을 제외하면 랭킨은 아직 한국에 도착한 적 없는 미지의 작가입니다.
클로디아 랭킨 사진클로디아 랭킨의 원서들 
«나를 외롭게 두지 말아요: 미국의 서정시»(2004), «시민: 미국의 서정시»(2014),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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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2/05/2025
오랜만에 리시올/플레이타임의 새 책 소식을 전합니다. 클로디아 랭킨의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양미래 옮김)를 곧 세상에 내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출간에 앞서 알라딘 북펀딩을 시작했어요🎉오래 작업한 책입니다. 함께 기뻐해 주세요😍 www.aladin.co.kr/m/bookfund/v...
클로디아 랭킨의 «그냥 우리»(양미래 옮김) 알라딘 북펀딩 소개 이미지
북펀딩 기간: ~25.6.13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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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6/05/2025
5월 18~19일(일~월) 양일간 을지로 신도시 4층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미얀마 연대 바자회 ‘함께 사는 세계’에 저희도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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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13/05/2025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작품이자 4부작 원고지 6,000매의 대작 «풍요의 바다»의 완간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세기를 건너 마침내 도착한 이 작품이 우리 문학 독자들에게도 깊이 음미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역시 후쿠시마 료타의 «부흥 문화론»을 작업하며 부분적으로만 접한 작품이었기에 «풍요의 바다» 전체를 마침내 읽을 기대감 속에서 «부흥 문화론»의 관련 부분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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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29/04/2025
작년 말에 오에 겐자부로의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심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가 번역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후기>가 그보다 조금 먼저 번역된 후쿠시마 료타의 «나선형 상상력» 초반부에 중요하게 언급되기도 해 기쁜 마음으로 읽고 (주로 후쿠시마 료타를 중심으로) 짧게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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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 플레이타임 @luciolesptime.bsky.social · 03/04/2025
“힘을 소유했거나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그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꼭 그만큼, 철저하게 그 힘에 도취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짜로 힘을 갖진 못합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결코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돌고 돌아 언젠간 자신을 무릎 꿇게 할 것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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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ed by 리시올 / 플레이타임
Devi_anth @devi-anth.bsky.social · 21/03/2025
초판은 2020년에 읽은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었는데… <관광객의 철학> 증보판도 읽어보고 싶다. “달리 말해 누구도 공공성 따위를 갖고 싶어 하지 않지만 누구나 공공성을 갖는다.“ 이 ‘역설‘이야말로 모든 인문학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식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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