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tarnews.net
[#무비포커스] 역사가 지운 제주의 ‘내 이름은’, 염혜란이 남긴 깊은 여운과 연대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 #영화내이름은 #내이름은 #염혜란 #신우빈 #박지빈
※ 해당 리뷰에는 ‘내 이름은’의 줄거리와 결말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줄평 : 지우려고 할수록 선명해지는 역사적 참극과 폭력의 굴레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돼 외신과 관객들의 뜨거운 극찬을 이끌어낸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까맣게 잊힌 1949년 제주의 아픈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궤적을 쫓는 이야기를 담는다.
‘내 이름은’은 평화로운 제주 풍광 이면에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78년 전의 슬픈 약속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가장 아픈 비밀에서 찬란한 진실로 나아가는 두 세대의 뭉클한 서사를 그려냈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작품마다 대중의 눈물 버튼을 자극해 온 명품 배우 염혜란이 어머니 정순 역을 맡아 스크린을 압도하는 처절한 열연을 펼치며 ‘내 이름은’으로 영화에 데뷔한 신우빈은 극 전반의 강력한 서사를 이끄는 영옥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입체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영화 ‘빅슬립’, ‘흩어진 밤’, ‘우리들’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준우가 영옥의 단짝이자,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지닌 민수로 분해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아울러 연기 경력 25년 차 배우 박지빈은 교실 내의 권력 구조를 뒤흔드는 서울에서 온 전학생 경태 역을 서늘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세계 무대에서 내공을 입증한 정지영 감독도 특유의 뚝심 있고 치밀한 연출력을 더해 비극이 남긴 침묵을 깨는 경이로운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지영 감독은 ‘내 이름은’을 통해 제주 4ㆍ3 사건을 겪은 정순의 비중을 크게 두기보다는 사건 이후인 1998년 제주의 한 고등학교 학급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도 1949년 제주 중산간 마을을 교차하며 다정한 친구와 이웃이 외부 세력에 의해 원수가 되는 비극을 보여 주며 폭력의 잔혹성에 초점을 둔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영화는 학창 시절 가장 가혹한 체벌 중 하나인 서로 뺨 때리기로 시작한다. 처음엔 상황을 끝내기 위해 마지못해 약하게 때리지만, 서로를 향한 감정이 누적되면서 뺨 때리기의 강도는 높아져 간다. 민수, 경태 등 일부의 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끝내 학급 전체가 멱살을 쥐고 나뒹구는 큰 다툼으로 번진다. 이 같은 다툼은 체벌을 가한 자나 부추긴 자는 뒤로 빠지고 서로 손찌검했던 이들만 깊은 원한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1998년 현재에는 남자애 이름답지 않아 개명을 고민하는 고등학교 2학년생 영옥(신우빈)이 등장한다. 영옥은 환갑에 가까운 나이 많은 엄마 정순(염혜란)과 단둘이 산다. 정순은 사시사철 선글라스를 끼고 꽃가루가 휘날리는 봄만 되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원인 모를 지병을 앓고 있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그러다 영옥의 반에는 서울 부잣집 아들 경태(박지빈)가 전학을 온다. 경태는 자기보다 덩치 큰 학생도 제압하는 싸움 실력으로 교실 내 권력 서열을 빠르게 장악하는데, 그 과정에서 영옥과 그의 죽마고우인 민수(최준우)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특히 정순은 과거의 기억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면서도 두려움에 도망치면서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정순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떠올리는 기억 속에는 제주 4ㆍ3 사건의 조각들이 포착된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정순의 기억 조각 속에는 어릴 적 외지인들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지프차에서 내린 미국 군인이 제주 주민들에게 서로 뺨 때리기를 강요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현재까지도 이어진 부당한 폭력을 마주하게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영옥과 민수는 자신의 의지로 부당한 폭력에 맞선다. 1998년은 제주 4ㆍ3 사건에 대한 언급이 금기에서 풀린 해인 만큼 정 감독은 뺨 때리기가 이어져도 1998년 학생들은 우정을 다시 찾고 연대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폭력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연대라고 말한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또한 정순도 영화 말미에 모든 기억을 찾고 단순히 괴로워만 하지 않고 선글라스를 벗고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되찾게 된다. 영화는 처음을 장식했던 염혜란의 한국무용 살풀이춤으로 막을 내린다.
평화로운 제주 풍광 이면에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78년 전의 슬픈 약속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가장 아픈 비밀에서 찬란한 진실로 나아가는 두 세대의 뭉클한 서사를 그려낸 ‘내 이름은’은 이달 15일 전국 극장가에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