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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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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13/08/2025
책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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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12/08/2025
제발 나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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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12/08/2025
엉엉 ㅜㅜ 누구보다도 뜨거웠던 건 여름이 아니라 백금의 사랑이었어......❤️ club.changbi.com/active/1/inf...
10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듣고 싶은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바람이 먼저 들었는지 아무 소리도 없습니다 한눈팔지 않았는데, 없습니다 난 괜찮을 겁니다 공백은 언제고 밉지 않으니까요 공백은 언제고 색이 없느라 빛이니까요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112p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나요 오랜 미련에 색이 남아 있다면 손바닥으로 전부 문지를 거예요 왜냐하면요 그 미련들은 현재의 나와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문지르다가 손에 색이 옮겨붙으면 새끼손가락만 빼고 다 버릴 거예요 약속은 현재에서도 살아야 되니까요 꿈자리처럼 지켜야 하니까요 달아나려는 밤을 붙잡았더니 가로등이 할 일을 시작합니다 가로등이 만든 길을 흰 눈이 걸어갑니다 걸음걸이가 내게 속삭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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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아껴야 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어서 목요일은 잔뜩 풀이 죽어야 했어요 당신은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외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제법 멀리에 서서 되도록 비좁은 자리에 서서 가능한 한 당신이 없는 길에 서서 겉보기에만 괜찮은 표정으로 남 좋은 일 시켜줍니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102p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추억하는 일은 지쳐요 미련은 오늘도 내 곁에 있어요 내가 표정을 괜찮게 지으면 남에게만 좋은 일이 생겨요 복잡한 감정을 닦아내기엔 내 손짓이 부족해요 용서는 혼자서 할 수 없죠 하는 수 없이 새벽 늦게 잠이 들죠 이번 문제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터널이 막혔어요 괜찮은 척 애써도 어떻게든 터널은 뚫리지 않았어요 영영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던 적 없으니 만나야 했어요 속은 한번 상하면 돌이킬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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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왜 오래 머물면 안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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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96p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바다에 지금 물만큼이나 많은 바람이 있어요 생긴 걸 그대로 유지해도 되련만 물은 물을 더 부르네요 그렇게 뜬 무지개 무지개는 절대 바람에 밀리지 않네요 무지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저 힘을 빼버리니 무엇에도 밀리지 않는 거겠죠 나도 무지개처럼 살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 한 마리 지나가네요 말의 발자국이 검어요 말도 고민을 하나봐요 무지개는 다시 뜰까요 알고 싶어요 핑계 맞지만 알고 싶어요 움직일 줄 모르고 사라질 줄만 아는 무지개에 대해서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깊어지니 무럭무럭 별이 피네요 밤하늘엔 별만 백 송이 나는 침착만 백 송이를 가졌네요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30p 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 일출이 평소와 달라서 저녁에 나가려 했으나 대낮에 발 벗고 나섰답니다 발 벗고 나선 해변에 이미 발 벗고 나선 사람의 발자국 발자국은 왜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을까요 발자국은 언제까지 제주에서 살 수 있을까요 짙어져가는 걸 거스르면 옅어질까요? 물 한 모금만 마실게요 두 손에 없는 건 두 눈이 가질 수 없나봐요 저물어가는 해 아래서 섬은 지워져가고 내 눈엔 얼룩이 뜨고 더이상 섬에게 미련이 없어요 짙어져가는 걸 거스르니 깊어지네요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걷다가 밭을 지키는 하얀 흔적과 같은 개에게 엄살만 담긴 지갑을 줘버린다 엄살로 한 끼 정도는 사먹을 수 있으니까 한 끼쯤 남에게 양보해도 내 허기는 괜찮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검은 돌들이 듬성한 골목 골목이 기우는 대로 나는 흐른다 골목 끝에 다다르면 대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거미가 해놓은 첫 줄을 검사하다가 바쁘게 빠져나가듯 집 안으로 들어간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16p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하도리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슬슬 나가자 울기 좋은 때다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밭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혼자 울기 좋은 때다 위로의 말은 없고 이해만 해주는 바람의 목소리 고인 눈물 부지런하라고 떠미는 한 번의 발걸음 이 바람과 진동으로 나는 울 수 있다 기분과의 타협끝에 오 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좁은 보폭으로 아껴가며 걷는다 세상이 내 기분대로 흘러간다면 내일쯤 이런 거, 저런 거 모두 데리고 비를 떠밀 것이다
12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책 <한여름 손잡기>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6/08/2025
책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53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4/08/2025
첫번째 사진 바지와 두번째 사진 홀터넥을 삿더욤 같이 입을라구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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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04/08/2025
너무너무 즐거우내요 ❤️
06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싸구려 호루라기처럼 세상에 참견할 필요가 있을까. 노래를 해서 수치스러워질 필요가 있을까? 자꾸만 민망하다. 그런데도 왜 난 스스로 수치스러워지는 걸까. 시를 쓰는 오후다 불머리를 앓고도 다시 불장난을 하는 아이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쇠꼬챙이를 집어 든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70p Cold Case 2 (19세기 사람 쥘 베른이 쓴 <20세기 파리>라는 소설에 보면 시인이 된 주인공에게 친척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안에 시인이 나오다니 수치다.") 20세기도 훨씬 더 지난 지금 시는 수치가 된 걸까. 시는 수치일까. 노인들이 명함에 박는 계급 같은 걸까. 빵모자를 쓰는 걸까. 지하철에 내걸리는 걸까. 시가 나보다 다른 사람들과 더 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다. 시 쓸 영혼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해본다.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파도는 뼛속에도 결을 남겼다. 잊어버릴 재주는 없었다. 바다는 우리들의 패총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밀회를 바닷가 무덤에 두고 왔다. 뿌연 등대가 우리를 도왔고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66p 조개 무덤 여자애는 솔새만큼이나 작았지만 바다만큼 눈물을 가지고 있었다. 바다를 처음 봤던 날 방파제 보안등 아래서 우리는 솜털을 어루만지며 울었다 그날 여자애의 동공 속에서 두려운 세월을 보았고, 얼마 안 가 그 세월이 파도에 쓸려가는 걸 봤다 살고 싶을 때 바다에 갔고, 죽고 싶을 때도 바다에 갔다. 사라질세라 바다를 가방에 담아 왔지만 돌아와 가방을 열면 언제나 바다는 없었다. 상처를 훑고 간 짠 바닷물이 절벽에 밀회를 그려 넣었고 몇 해가 흘렀다. 그 옆엔 은밀한 새들이 둥지를 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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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힘들게 찾아온 사랑이라고 힘들게 가라는 법은 없다. 아무리 어렵게 온 사랑도 그래프 위에선 명료하다. 정점에 선 순간 소실점까지 내리꽂는 자멸. 좌표평면에선 언젠가는 모두가 떠나고 새 판이 그려진다. 소중한 것을 너무나 빨리 내려놓는 재주. 이곳의 미덕이다. 계절풍이 불었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26p 좌표평면의 사랑 (좌표평면 같은 아일랜드의 보도블록 위를 노면전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백 년쯤 된 마찰음이 빈속을 긁고 자본주의는 싸구려 박하사탕을 빨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숫자를 믿어왔다. 사랑은 노래가 아니라 그래프다. 환각의 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 두 명의 상댓값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머릿속에는 수식이 흐르지만 그래프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좌표평면 위의 사랑.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기다림의 자세에서 극을 본다. 근육과 눈빛과 하얀 입김. 백야의 시간은 자세들로 채워진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23p 자세 위대한 건 기다림이다. 북극곰은 늙은 바다코끼리가 뭍에 올라와 숨을 거둘 때까지 사흘 밤낮을 기다린다. 파도가 오고 파도가 가고, 밤이 오고 밤이 가고. 그는 한생이 끊어져가는 지루한 의식을 지켜보며 시간을 잊는다. 그는 기대가 어긋나도 흥분하지 않는다. 늙은 바다코끼리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먼바다로 나아갈 때. 그는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다시 살아난 바다코끼리도, 사흘 밤낮을 기다린 그도, 배를 곯고 있는 새끼들도, 모든 걸 지켜본 일각고래도 이곳에서는 하나의 '자세'일 뿐이다.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 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12p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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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시인의 말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2016년 겨울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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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30/07/2025
책 <오십 미터>
6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젠장, 이왕이면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어줄 것이지 마지막 순간에는 운명적인 혹은 비극적인...... 사랑과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고 그러나 비극적이라기보다는 극적으로 살아남아 NPC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봐, 모험가 내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제 사냥을 시작해 사냥이 끝나면 네 이야기를 들어주지 나는 그 이야기가 네 유품이 되기를 바라지만 말이야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128p 몬스터의 유품 사냥에 성공하면 전리품을 획득할 수 있다 몬스터의 갑옷과 무기 원석 또는 보석 가지고 놀던 장난감 알 수 없는 종이 뭉치 꺼져가는 눈빛 축축한 숲의 구석에서 우두커니 선 채 그것들을 바라봤다 이봐, 몬스터 너에게도 엄마가 있니? 죽은 몬스터는 미동도 없이 차갑게 굳어갔다 나는 엄마의 유품이거든 누군가의 유품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심정이란 고독하군 생각했을 때 어깨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현실에는 대륙이 있고 나라가 있고 지역이 있다 심지어 집도 있다 집집마다 사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당신은 아는가! (떠난 모험가를 향하여) 게임을 종료하면 대륙을 떠나면 나는 나를 사냥해야 해 함께 걷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아는 몬스터야? 묻는다 제발 현실을 살아 현실에는 대륙이 있고 대륙에는 현실이 없다 웃자란 건지 덜 자란 건지 구분되지 않 는 몬스터가 있다
0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채널을 바꾸면 내가 존재하는 장소에 다른 모험가들이 나타난다 가끔 나처럼 몬스터를 사냥하지 못하는(않는) 모험가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나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건다 저기...... ...... 대답 없는 모험가에게 거듭 말 걸기를 시도하는 나에게 다른 모험가가 다가와 말한다 저 사람 지금 잠수중임 여기는 물속이라 저희 다 이미 잠수중인데요 ......아니 그게 아니고 몇 번인가 더 나의 이해를 도우려던 모험가는 현실이나 살라는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현실이라니 명백히
110
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의미 없는 기본 공격을 하면서 '나는 아직 모험가지만 영웅이 되기 위한 험난한 길에 이미 올라버렸다 이 세계를 파괴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나를 설득한다 그렇지만 덜 자란 몬스터의 눈망울이 너무도 초롱초롱 한 것이다...... 몬스터를 가여워하거나 귀여워하지 않는 것까지가 영웅의 자질인 걸까? 그런 자질까지 갖춰 꼭 영웅이 되어야만 하나? 이 세계는 어차피 모험가로 넘쳐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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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물속에는 헤엄치는 몬스터가 있고 부유하는 몬스터가 있고 걷는 몬스터가 있다 모두 다 사냥해야 해 까만 복어 슬라임 오백 마리 처치하기 형광빛 해마 천 마리 처치하기 퀘스트 창을 열면 내가 누굴 얼만큼 사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웃자라거나 덜 자란 몬스터를 사냥해야 할 때 웬지...... 슬퍼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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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124p 무대륙 게임 속에 대륙이 있다 여러 대륙에는 여러 나라와 여러 지역이 있고 지역마다 계절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의 약속이다 이를테면 눈 내리는 지역에선 영원히 눈이 내릴 것 물에 잠긴 지역은 영원히 물속일 것 물속을 느릿느릿 걷는다 스노클이 없는데 숨도 쉴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 세계를 구할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자들은 그럴 수 있다 (그럴 운명을 타고나려면 일단 게임에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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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너와 나란히 누워 있으면 방안은 우주정거장 같고 이따금 길거나 짧은 여행 카드 또는 열쇠 우리가 열쇠를 나눠 가진 게 아니라 열쇠가 우리를 나눠 가졌다는 생각이 점차 분명해지겠지만 끈질기게 서로를 왕복했잖아 같은 출발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머물 때마다 각자 지닌 것들을 조금씩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면 한 지붕 아래에서도 무인도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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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96p 부루마불 우리는 잘 살아볼 수도 있을 거야 네가 말하자 정말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머리맡에 캔들을 켜두는 습관과 창문을 꼭 한 뼘 열고 자는 습관 사이에 이부자리를 폈다 매일 문을 열고 닫거나 불을 켰다 끄기를 반복했지만 시침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건 이상했다 때때로 우리의 대화가 주사위 눈을 확인하는 일 같다는 생각 냉장고 속에서는 사과가 쪼그라들고 우유를 엎지르면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는데 우리의 목표가 같아서 게임이 시작됐다 사랑하자 파산해버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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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그런데 유명이라는 단어는 왜 있을 유와 일므 명으로 이루어진 걸까요 아이고...... 유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학명이 생기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알아야 할 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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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개복치는 자랄수록 모습이 기괴해진다는데 기괴함으리 반대말은 무엇인가요 평범함인가요 사실은 나에게도 비범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볼 때마다 퍽 난감하고 부끄러워 비범하기를 곧 관뒀지만요 나는 비범하지 않으면서 눈에 띄기를 바랍니다 돌연사를 해서라도 말이지요 교수님이 무서워서 돌연사! 인생이 너무 심심해서 돌연사! 애인이 생기지 않아서 돌연사! 내 싱싱한 죽음의 이력들 나는 죽으면 죽을수록 유명하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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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71p 살아남아라! 개복치 - 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개복치의 학명을 아십니까 그건 몰라 정답! 개복치의 학명은 Mola mola 입니다 하지만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외국인은 몰라를 모를 테니까 사실은 나에게도 학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말고요 학명은 세계 공통의 명칭이라는데 나는 연구되지 않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알았으면 해요 모르긴 몰라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학술 연구 대상인 동식물들은 자신이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난감하거나 부끄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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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모처럼 단잠에 빠졌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내 주변엔 많다 어제나 오늘로 충분한 게 아니고 내일이 과분해서 그런데 사랑은 해야겠지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돈과 노동과 사랑 앞에서 정직한가 돈과 노동과 사랑은 만져지지 않는 부위가 만져지기를 바라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 슈퍼에 가면 불빛 반지라고 적힌 사탕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다 손가락 위에서 달콤하게 빛나는 내일이라는 약속이 필요한 거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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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55p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담배는 끊었으면 좋겠고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 먹고 싶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꽃이나 향수를 선물하고 싶어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나를 구성하는 재료의 빛깔과 질감 누가 좀 만져줬으면 좋겠어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질 때도 누가 나를 꺼내 좀 털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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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올여름에는 벽에 매단 리스를 떼어냈다 플라스틱으로 구현한 초록색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이 거추장 스러운 이유는 바닥을 전부 덮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은 이미 출시되었다가 단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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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어떤 감정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도 치우지 않은 장식 같지? 겉옷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가끔 사탕이나 초콜릿 포장지가 만져진다 내용물이 빠져나가고 없는 것들 포장지가 없는 조약돌은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텅 빈 것들끼리 허약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그런데 이것들은 도데체 어디서 주워왔을까? 다시 보고 싶었던 드라마들은 이제 여러 OTT 플랫폼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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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끈적이는 창틀에 먼지가 덮여 있다 내게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지만 이제 단것은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해 옛날 드라마 대사는 아직도 친구들과 따라 하는데 자유시간의 새로운 맛이 출시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바랐다 나를 아는 사람은 모두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충치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단맛을 좋아한다는 게 부끄러워서 예쁜 조약돌을 발견하면 주머니에 넣고 보는 습관이 있었다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은 마음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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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34p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을 먹고 싶었다 달아빠진 것만 좋아헀으니까 노란 비닐 포장지 위로 흘러 넘치던 향긋한 냄새 땅콩 박힌 캐러멜을 감싼 초콜릿 표면은 매끄러운 물결무늬였다 엄마와 치과의사는 주기적으로 내게 충치의 공포를 심어주었고 그것은 집요하게 이에 달라 붙었다 땅콩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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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이때까지 나는 잘도 말라죽지 않았구나 무심코 거울을 봤다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꽃을 좋아하는 언니가 서 있었다 비가 그치고 묽어진 얼굴로 흰 꽃잎 한 장 나부끼지 않지만 언니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서로의 가지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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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bini @hellobini.bsky.social · 29/07/2025
그리고 넘어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조심한다고 했는데 구슬을 너무 많이 꿴 팔찌가 뚝 끊어지듯 나를 쏟으면 개중에 몇몇은 분실했다 나는 속이 상해 언니 때문에 진짜 속상해 죽겠다 언니만큼이나 여름도 오지 않는데 나는 자꾸 우거져 거대해져 가려운 부위가 점점 번져 비가 내리면 진흙과 돌부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자전거가 나동그라지고 언니를 미워하는 마음이 다치고 이제 작은 상처는 돌보지 않게 돼 바깥은 라일락이 폈다는 향기로운 소문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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